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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7   (사)한국미술협회   2007-04-03
  피카소의 달콤한 복수   6760


'개를 위한 스테이크'로 유명한 이스라엘의 풍자작가 겸 미술사가 에프라임 키숀(1924-2005)이 현대미술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식칼을 들이댔다.

그의 1995년작 '피카소의 달콤한 복수'(마음산책 펴냄)는 피카소 이후 점점 난해한 정도를 더해가면서 관객을 괴롭히고 있는 현대 미술을 향한 통쾌한 복수극이다.

전시장에 갈 때마다 '예술'이라는 이름표를 단 괴상망칙한 물체들 앞에서 당혹감을 넘어 "나만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하는 자괴감, 나아가서 놀림 받고 있다는 분노까지 느꼈다면 이 책을 읽고 마음껏 웃으면서 위안을 얻어보자.

키숀은 입체파의 탄생을 선언한 피카소의 1907년작 '아비뇽의 처녀들'에 대해 "20세기 초 무명이던 청년 피카소가 자신이 특히 좋아하던 아프리카인의 가면을 매춘부의 목에 걸어놓은 별 의미 없는 그림"이라고 깔아뭉갠다.

그리고 피카소도 유언에서 "나는 오늘날 명성 뿐만 아니라 부도 획득하게 됐다. 그러나 홀로 있을 때면 나 스스로를 진정한 의미에서의 예술가로 생각하지 않는다. 위대한 화가는 조토, 티치아노, 렘브란트, 고야 같은 화가들이다. 나는 단지 나의 시대를 이해하고 동시대의 사람들이 지닌 허영과 어리석음, 욕망으로부터 모든 것을 끄집어 낸 한낱 어릿광대일 뿐이다"라고 말했다고 소개한다.

키숀은 현대미술의 거장들을 언급하면서 이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친다고 생각하면서도 우스꽝스러운 것을 신화로 끌어올리고, 터무니없이 어리석은 짓을 최후의 지혜로 전환하는데 성공했으며 상업적인 노하우까지 갖고 이런 싸움을 수행한 자들"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좋게 보면 뛰어난 예술가들은 천부적인 재능을 지난 코미디언이었다고 규정한다. 또 관객들은 이제껏 참을 만큼 참았으니 '임금님은 발가벗고 있어'라고 외쳤던 소년의 용기를 찾아야 한다고 부추긴다.

그가 꼽은 최고의 코미디언이자 유머리스트는 브릴로 상자들을 작품으로 둔갑시킨 앤디 워홀이며 독일의 전위예술가 요제프 보이스가 그 뒤를 따른다. 또 슈퍼마켓에서 주로 작품거리를 찾아온 마르셀 뒤샹, 종이 위에 분필로 마구 황칠을 한 한스 아르퉁, '그림을 거꾸로 거는 마케팅 능력'을 발휘한 바젤리츠, 캔버스 위에 물감을 칠하고 칼로 몇 번 그어내린 루치오 폰타나, 뉴욕현대미술관에 액자만 된 그림을 걸어놓은 이브 클랭 등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유머 지존'의 자리를 다툰다고 평가한다.

책은 각 장마다 현대미술작가들의 작품과 티치아노, 고야, 보티첼리, 베르메르, 브뤼겔, 뒤러의 그림을 나란히 배치해 '정말 무엇이 예술인지 눈으로 보라'고 말하는 듯 하다.

키숀은 "현대의 화가들이지만 우리들의 건전한 사고 능력을 냉소하거나 무시하지 않으면서 감정에 호소하는 작가들"이 있다고 말한다.

그는 미로, 클레, 자코메티, 마그리트, 샤갈, 루소 등은 작품을 통해 '남몰래 미소를 머금고 있지만' 고전적 스타일의 모든 요소를 완전히 무시하거나 파괴하지 않았으며 눈을 가린 채로 그림을 그리거나 단순한 사람들의 불안감을 일말의 수치심도 없이 이용해서 그림을 그리지는 않았다고 평가한다.

마음산책. 반성완 옮김. 204쪽. 1만1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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