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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52   (사)한국미술협회   2008-09-25
  중앙일보특집 - 아시아 미술의 힘 ② 인도작가 수보드 굽타   7144




아시아 미술의 힘 ② ‘인도의 데미언 허스트’ 수보드 굽타
[중앙일보] [Art] “힌두교도 부엌서 이미지 훔쳤다”


뉴욕발 금융 위기가 세계 경제를 강타한 15∼16일 런던 소더비 경매장에서는 데미언 허스트(43)의 작품 223점만으로 이뤄진 경매가 미술계를 뜨겁게 달궜다. 한편 16일 뉴욕 크리스티에서 열린 남아시아 근현대 미술품 경매에서는 인도 미술가 수보드 굽타(44)의 작품에 응찰자들이 몰렸다. 낙찰된 84점 중 가장 비싸게 팔린 두 점이 굽타의 유화(약 13억원·수수료 포함)와 조각(약 11억원)이었다. ‘인도의 데미언 허스트’라는 별명을 실감케 한 사건이었다. 아라리오 갤러리 베이징 지점에서 11월 8일까지 개인전을 여는 굽타를 찾아갔다.

우상 도둑. 수보드 굽타는 자신을 이렇게 지칭한다. “나는 힌두교도의 삶과 그들의 부엌에서 이미지를 훔쳐온다. 힌두교도의 부엌은 기도실만큼이나 중요하다. 종교적 색채마저 띠는 이 식기들은 내가 시장에서 사재기한 것들”이라고 한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의 작품은 인도의 부엌에서 출발한다. 번쩍이는 스테인리스 스틸 식기나 황동제 고물 식기를 잔뜩 모아 기념비적 조형물을 만든다. 이를 통해 부엌과 기도실, 먹는 것과 종교, 전통과 현대, 성(聖)과 속(俗)을 넘나든다. 인도풍 이미지를 한 무더기 던져놓는데도 ‘풍물기행’에 그치지 않고 세계 미술의 문맥에서 재해석된다.

그에게는 ‘21세기의 뒤샹’‘인도의 데미언 허스트’ 같은 별명이 따라다닌다. 기성품을 모아서 작품을 하는 것이나, 쇠똥으로 그림을 그리고 식기더미로 대형 해골 형상을 만드는 것 등이 이들을 연상케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얘기를 꺼내자 굳어진 얼굴로 “나는 그 말이 싫다. 난 수보드 굽타다. 왜 내가 ‘데미언 허스트’로 알려져야 하나”라며 말허리를 잘랐다.

굽타는 1964년 인도 북부의 비하르주에서 태어났다. 마약과 범죄로 이름난 곳이기도 하다. 그는 어려서 철도원 아버지를 여의고 가난하게 자랐다. 이 지역 미술공예학교에 진학했는데, 거기서는 선생도 세계 미술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몰랐다. 그는 선 긋기, 스케치, 수채화 등 아카데믹한 기술을 연마했다. 첫 전시에서 그림을 팔고는 용기백배해 델리로 무작정 상경한 게 24세였다. 무일푼에 혈혈단신, 가진 거라곤 “현대미술에서 뭔가 하려면 더 넓은 곳으로 가야 한다”는 패기뿐이었다. 하루 5루피(125원)도 안 되는 여인숙에서 살며 고픈 배를 쥐고 그림을 그렸다. 왜 그렸느냐고 묻자 “내가 제일 잘할 수 있으니까. 잘만하면 최고도 될 수 있으니까”라는 단순명료한 답이 돌아왔다.

굽타는 한국의 비엔날레와 함께 큰 작가다. 2000년 광주 비엔날레에서 그는 영국 테이트 미술관의 큐레이터 니콜라 브리오의 눈에 띄어 유럽에서 전시할 기회를 얻었다. 2002년 부산 비엔날레에서는 스테인리스 스틸 냉면 그릇 한 무더기로 만든 설치작품으로 인기를 모았다. 이 일을 상기시키자 “주최 측에서 ‘운송료 예산이 모자라 인도에서 보내오는 작품을 받을 수 없으니 몸만이라도 와서 뭔가 해 보라’고 하는 바람에 냉면 그릇을 찾아냈을 뿐”이라고 뒷얘기를 들려주며 껄껄 웃었다.

인도 현대미술은 세계 미술계의 주목을 받으며 최근 몇 년 새 급성장했다. 그 선봉에 굽타가 있다. 그러나 그는 성에 차지 않는 듯 “인구 11억 명의 이 큰 나라에 미술대학이라고 할 만한 곳은 두세 곳뿐이다.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인도 작가도 20명 안팎에 불과하다.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인도는 우리에게 먼 나라다. 그러나 우리가 지나온 근대화·서구화·세계화의 그늘을 그들 작품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다른 듯 비슷한 것, 그게 아시아 미술의 매력이다. 또한 10년도 채 안 돼 세계적 작가로 큰 굽타처럼 가까이서 작가의 성장을 지켜보는 즐거움도 있다.  

베이징=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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